터키 꺾고 극적 4강행…김연경 '라스트 댄스'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1-08-04 18:11   수정 2021-08-04 23:49


마지막 5세트 14-13. ‘배구 여제’ 김연경(33)의 강스파이크에서 나온 타구음이 관중석이 텅 빈 경기장 안을 울렸다. 총알 같이 날아간 공은 터키 코트 깊숙한 곳을 파고 들어갔다. 코트 중앙을 지키던 주심의 오른손이 들렸다. 게임 셋. 양 팀 선수들이 풀린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였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른 선수들이 김연경을 필두로 둥글게 모여 원을 이루더니 함께 펄쩍펄쩍 뛰며 승리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45년 만의 메달 획득 기회
“(도쿄올림픽은) 나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했던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부 8강전에서 터키를 세트 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한국 여자 배구가 올림픽 4강에 오른 건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남은 대회 결과에 따라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도 바라보게 됐다. 한국은 런던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져 4위에 머물렀다.

경기 내내 소리를 지르느라 목소리가 갈라진 채 기자들 앞에 선 김연경은 “올림픽 개막 전엔 누구도 우리의 준결승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나의 팀이 돼 4강 무대를 밟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 8강 상대가 터키로 결정된 뒤엔 준결승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잠을 못 잤다. 새벽 5시까지 뒤척였고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은 세계랭킹이 9계단이나 높은 ‘형제의 나라’ 터키와 경기 막판까지 치열하게 싸웠다. 이날 경기 전 국제배구연맹(FIVB)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13위, 터키는 4위였다. 여기에다 배구의 높은 인기로 세계 정상급 리그를 갖춘 터키는 한국에 버거운 상대였다.

예상대로 출발은 불안했다. 한국은 8점 차로 1세트를 내줬다. 특유의 ‘근성’이 살아나기 시작한 건 2세트부터였다. 한국은 1세트에서 당했던 것과 똑같이 25-17로 터키에 되갚았다.

첫 번째 승부처였던 3세트에선 듀스 끝에 세트를 가져왔다. 24-22까지 앞서갔으나 터키가 뒷심을 발휘해 듀스를 만들었다. 듀스 시작과 동시에 박정아(28)의 공격이 블로킹에 걸려 24-25로 역전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정아가 곧바로 퀵 오픈으로 이전 실점을 만회했고 김희진(30)이 멜리하 이스마일로루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 재역전에 성공했다. 27-26에서 박정아가 블로커 손을 노린 오픈 공격에 성공해 3세트를 따냈다.

4세트를 내준 뒤 이어진 마지막 세트. 한국은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한때 3-6으로 뒤졌다. 하지만 박정아의 오픈 공격 등으로 다시 추격을 시작하면서 10-10이 됐다. 상대 리시버를 맞고 약하게 넘어온 공을 김연경이 두 차례나 ‘다이렉트 킬’로 연결하면서 한국은 12-10으로 앞서갔다. 14-13에선 김연경이 상대 블로킹 벽을 뚫고 마지막 득점을 올리면서 승부를 매듭지었다.
승리 이끈 김연경의 ‘의도된 항의’
김연경은 이날 28점을 뽑아내 팀 내 최다 득점자로서 주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승부처마다 상대의 흐름을 끊어 내줄 뻔한 경기를 지킬 수 있었다. 3세트 24-23 랠리에서 양효진(32)의 공격이 네트에 걸렸을 때 주심은 한쪽 진영에서 공을 네 번 터치한 ‘포히트 범실’을 선언했다. 김연경은 네트를 누르고 이에 격하게 항의하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김연경은 경기 후 “1세트부터 심판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상대가 항의하니 보상 판정을 했다. 항의가 통하는 심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터키가 추격에 성공해 상승세였던 만큼) 한 번쯤 경기를 끊어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4세트 초반 터키에 연거푸 점수를 내줄 때 터키의 ‘더블 콘택트’를 주장했다가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레드카드를 받으면 상대 팀에 1점이 주어진다.

김연경은 “레드카드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좋게 마무리됐다”고 안도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한 경기 이상을 승리하면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한국은 6일 오후 1시 브라질-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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